여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78)씨에 대한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가 피해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 복사를 허용했다.
대전고법 형사3부는 16일 열린 공판에서 “피해 상황이 녹음돼있는 파일의 증거능력 여부를 세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녹음파일을 열람·복사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해 12월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3년이 선고됐는데 검찰은 당시 정씨가 메이플을 준강제추행하는 상황이 담겼다면서 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공판에서 정씨 측 변호인은 “해당 파일은 원본이 없고, 원본에 가까운 녹음파일 사본이 존재하는 데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녹음파일 복사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제출한 자료가 삭제한 파일과 동일한 해시값(디지털 지문)을 가진 만큼 증거 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며, 녹음파일 복사를 허용할 경우 유출될 우려가있는 만큼 열람·복사를 제한해야 한다”며 “무분별하게 녹음파일이 유출됐을 경우 피해자들에 가해질 위협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열람·복사를 허용하도록 돼있다”며 “피해자 및 피고인의 목소리만 녹음돼있는 녹음파일 복사를 허용한다고 해서 피해자나 증인 등 사건 관계인의 생명·신체에 현저하게 피해를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선 특정 변호인에만 제공하는 등 일부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 여부와 관련, “메이플이 휴대폰으로 피해 상황을 녹음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한 것을 경찰이 수사관 휴대폰으로 옮겨 저장한 CD는 전문(傳聞)증거이고, 녹음파일은 이 CD를 재전문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양측이 증거능력과 관련해 첨예하게 다투기 때문에 판결문에서 (증거능력) 배제 혹은 인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녹음 자체가 편집 또는 조작되었다는 취지로 다투는 점’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와 의견을 다음 기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1심에서 피해자가 녹음 파일을 인정했다고 주장한 부분과 관련, 정씨 측 변호인은 “1심에서 검찰은 녹음 파일을 시연하겠다고 했으나, 직전에 수사관이 아이클라우드에 있는 녹음 파일들을 모두 삭제한 탓에 청취나 시연이 이뤄지지 않은만큼 고소인이 이를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이날 공판에서 정씨 측 변호인이 요청한 충남 금산 월명동 수련원의 현장검증은 불발됐다.
정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지속적으로 피해자 메이플이 정씨와 를 피해 ‘탈출했다’, ‘도망쳤다’는 용어를 쓰는데 실제 월명동 수련원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개된 공간으로 실질적으로 이곳에서 성폭행이나 준강간 등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며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항거불능은 검찰에서 주장하는 대로 심리적이고 교리적인 부분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부분에 비춰본다면 공간의 공개여부 등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변호인 측에서 동영상을 찍어서 제출하면서 어떠한 사정 때문에 범죄가 일어날 수 없다고 구체적으로 제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차례 더 속행 공판을 이어간 뒤 오는 7월 선고할 예정이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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